써멀 페이스트, 대충 바르면 안 되나?
PC를 직접 조립해본 사람이라면 써멀 페이스트(써멀 구리스)를 한 번쯤은 만져봤을 거예요. CPU 위에 짜서 쿨러를 올리는 그 회색 물질이요. 근데 의외로 이걸 대충 처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차피 뭘 바르든 비슷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솔직히 말하면 꽤 차이 납니다.
특히 요즘 CPU들은 전력 소모가 많아져서 발열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쿨링 솔루션 가이드에서도 얘기했지만, 아무리 좋은 쿨러를 달아도 써멀 페이스트가 엉망이면 열 전달이 제대로 안 됩니다. 쿨러와 CPU 사이의 미세한 틈을 채워주는 게 써멀 페이스트의 역할이니까요.
써멀 페이스트의 종류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실리콘 기반 (일반형)
가장 흔하고 저렴합니다. CPU 쿨러에 기본으로 발라져 나오는 것도 대부분 이 종류예요. 열전도율은 보통 1~4 W/mK 정도. 나쁘진 않지만 뛰어나지도 않습니다.
일반적인 사무용 PC나 가벼운 게임용이라면 이걸로 충분해요. 근데 고성능 작업을 하거나, AI 학습처럼 CPU/GPU를 장시간 풀로드로 돌리는 환경이라면 좀 아쉬울 수 있습니다.
세라믹/카본 기반 (중급형)
열전도율이 4~8 W/mK 정도로 실리콘 기반보다 확실히 좋습니다. 비전도성이라 혹시 주변에 흘려도 쇼트 날 위험이 없어요. 그래서 초보자한테 특히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건, 가성비로 따지면 이 등급이 제일 합리적이라는 거예요. 유명한 제품들이 대부분 여기에 속하고, 성능 대비 실패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액체 금속 (고급형)
열전도율이 4080 W/mK로 일반 써멀 페이스트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실제로 온도가 1020도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근데 문제가 있습니다. 액체 금속은 전도성이에요. 흘리면 메인보드가 죽을 수 있습니다. 또 알루미늄 히트싱크와 반응해서 부식시키거든요. 구리 베이스 쿨러에만 써야 합니다. 그래서 경험이 없는 분한테는 솔직히 비추예요. 오버클러킹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이나 노트북 개조를 하는 마니아 영역이라고 보면 됩니다.
올바른 도포 방법
인터넷에 “X자로 바르기”, “나선형으로 바르기” 같은 방법이 많은데, 결론부터 말하면 가운데 콩알만큼 짜는 게 가장 무난합니다. 쿨러를 올려 누르면 자연스럽게 퍼지거든요.
자주 하는 실수들
너무 많이 바르는 것이 가장 흔합니다. 써멀 페이스트는 틈을 메우는 역할이지, 두껍게 층을 만드는 게 아니에요. 많이 바르면 오히려 열전도 효율이 떨어집니다. CPU 가장자리로 흘러넘치면 소켓에 들어갈 수도 있고요.
너무 적게 바르는 것도 문제입니다. 콩알보다 적으면 쿨러를 눌러도 CPU 표면 전체를 커버하지 못해요. 특히 요즘 나오는 큰 IHS(히트스프레더)를 가진 CPU는 양이 좀 더 필요합니다.
재사용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쿨러를 한번 떼면 공기가 들어가서 써멀 페이스트가 제 성능을 못 해요. 쿨러를 분리했다면 깨끗이 닦고 새로 바르는 게 맞습니다.
닦는 법
기존 써멀 페이스트를 제거할 때는 이소프로필 알코올(IPA)을 쓰면 됩니다. 70% 이상 농도면 충분한데, 99%짜리가 잔여물이 덜 남아서 더 깔끔해요. 부드러운 천이나 커피 필터에 묻혀서 닦으면 됩니다. 키친타월은 보풀이 남을 수 있어서 비추예요.
교체 주기는?
“한번 바르면 영원한 거 아니야?“라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아닙니다. 써멀 페이스트도 시간이 지나면 마릅니다. 수분이 증발하면서 굳어지고, 열전도 성능이 서서히 떨어져요.
일반적으로 2~3년에 한 번 교체를 권장합니다. 근데 이건 환경에 따라 다릅니다. AI 학습처럼 장시간 고부하 작업을 자주 하면 더 빨리 마를 수 있어요. 온도 모니터링을 하다가 예전보다 5도 이상 올라갔으면 교체 시점을 의심해볼 만합니다.
참고로 액체 금속은 일반 써멀 페이스트보다 수명이 깁니다. 5년 이상 유지되는 경우도 있어요. 대신 위에서 말한 리스크가 있으니까 트레이드오프이죠.
GPU에도 써멀 페이스트가 있다
CPU 얘기만 했는데, GPU에도 당연히 써멀 페이스트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픽카드를 분해해보면 GPU 칩 위에 발라져 있어요.
RTX 5070 리뷰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요즘 고성능 GPU는 발열이 상당합니다. 특히 AI 작업에 GPU를 풀로드로 돌리는 경우에는 온도 관리가 성능에 직결돼요. 쓰로틀링이 걸리면 학습 시간이 늘어나니까요.
다만 GPU의 써멀 페이스트를 직접 교체하려면 그래픽카드를 완전히 분해해야 합니다. 보증이 무효화될 수 있고, 실수하면 카드를 죽일 수도 있어요. 새 카드라면 굳이 할 필요 없고, 3~4년 이상 쓴 카드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졌을 때 고려해볼 만합니다.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까
구체적인 제품 추천보다는 고르는 기준을 알려드릴게요.
- 열전도율(W/mK)을 확인하세요. 숫자가 높을수록 열을 잘 전달합니다. 보통 6 W/mK 이상이면 괜찮은 수준이에요.
- 비전도성 여부를 확인하세요. 초보자라면 비전도성 제품이 안전합니다. 혹시 옆에 흘려도 쇼트가 안 나니까요.
- 점도를 확인하세요. 너무 묽으면 흘러내리고, 너무 되직하면 펴지지 않아요. 중간 점도가 도포하기 편합니다.
- 용량을 확인하세요. 1~2회용과 주사기형 대용량이 있는데, 자주 교체할 계획이 아니면 소량이 낫습니다. 개봉 후 오래 두면 성능이 떨어지거든요.
정리하면
써멀 페이스트는 작고 저렴한 부품이지만, PC 온도 관리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비싼 쿨러를 사는 것보다 올바른 도포가 더 중요할 때도 있어요.
- 일반 사용자 — 세라믹/카본 기반, 콩알 도포법이면 충분
- 고성능 작업자 — 열전도율 8 W/mK 이상 제품 + 정기 교체
- 극한 오버클러커 — 액체 금속 (단, 경험자 한정)
쿨링 솔루션과 함께 보면 PC 온도 관리의 큰 그림이 잡힐 거예요. 쿨러가 아무리 좋아도 써멀이 별로면 소용없고, 써멀이 좋아도 쿨러가 부족하면 마찬가지니까요. 둘 다 신경 쓰는 게 답입니다.